1. 효능의 핵심: ‘성분’이 아니라 ‘영양소’가 맞아야 한다
비건 사료의 가치는 동물성 원료의 부재가 아니라, 개와 고양이가 필요로 하는 필수 영양소가 완전하고 이용 가능하게 들어 있느냐에 달린다. 개는 잡식 성향이라 고품질 식물성 단백을 조합해도 아미노산 밸런스(라이신·메티오닌·트레오닌 등)를 맞추면 체성분 유지와 근육 합성에 문제가 없다. 여기에 조류·미세조류 유래 DHA/EPA, 비건 합성 비타민 B12·D3, 미네랄 킬레이트를 넣어 완전·균형(Complete & Balanced) 기준을 충족하면 이론상 영양학적으로는 동등에 가깝다. 실제 효능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항원 노출 감소. 동물성 단백 알러지나 소화불량을 겪는 개가 동물성 원료를 배제했을 때 피부 가려움·연변이 호전되는 케이스가 보고된다. 둘째, 장내 발효 설계. 완두·감자·귀리·현미·사탕무펄프 같은 혼합 섬유를 가용성/불용성 비율로 설계하면 단쇄지방산(SCFA) 생성이 늘고 점액층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 지속가능성. 사료가 차지하는 환경 발자국을 줄이고 싶을 때, 곤충·식물·조류 기반 원료 조합은 토지·수자원 사용량과 탄소 배출을 낮추는 대안이 된다. 단, 이 모든 효능은 소화율(진단적 소화율 80% 이상), 아미노산 스코어, 미네랄 생체이용률, 나트륨/칼륨/염소 전해질 균형이 수치로 뒷받침될 때만 성립한다. 즉, 비건 사료의 ‘진짜 효능’은 슬로건이 아니라 공식 영양 프로파일과 소화·흡수 데이터 위에서만 말할 수 있다. 고양이의 경우도 원리는 같다. 다만 고양이는 타우린·아라키돈산·비타민 A(이미 형태)·니아신 요구량이 엄격하고, 자연 상태에선 동물성 식이로 이걸 충족해 왔기 때문에 합성/조류 유래 보충을 정확한 용량으로 설계했을 때에만 효능을 논할 수 있다.

2. 논란의 실체: 고양이 적합성, DCM 공포, 레그룸(콩류) 이슈
비건 사료를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고양이에게 가능한가”와 “개에서의 심장 확장(DCM) 리스크”다. 먼저 고양이. 고양이는 절대적 육식 동물로 타우린·아라키돈산·비타민 A(레티놀 형태)·비타민 D3 등을 필수로 외부 공급받아야 한다. 합성 타우린과 조류 유래 DHA/D3, 합성 레티닐팔미테이트 등으로 이론상 충족은 가능하지만, 흡수와 체내 이용은 제형·용량·가공 온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특히 타우린은 열과 압력에 민감해 압출 공정 후 과보정(fortification overage)이 필요하고, 소변 pH·나트륨 배합에 따라 요로 결석 리스크도 달라진다. 그래서 성장기·임신·수유기 고양이에 대한 비건 식단은 여전히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개의 DCM 논란. 곡물프리·콩/감자 기반 사료와 DCM의 연관성이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현재까지 원인 단일화는 불가하며, 품종·유전·메티오닌/시스틴/타우린 이용률·레그룸 함량·단백질 품질·총 에너지 밀도 등 다변량 요인이 얽힌 것으로 본다. 중요한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 단백질의 ‘양’보다 가용 아미노산의 ‘질’과 소화율이 심근 건강에 더 밀접할 수 있다. 둘째, 레그룸(완두·렌틸 등)은 트립신 저해물질·파이틴산 등 항영양인자를 포함하지만, 적절한 열처리·발효·효소 처리로 상당 부분 상쇄 가능하다. 그럼에도 레그룸 비율이 지나치게 높거나, 메티오닌 보정이 부족하면 타우린 대사에 간접 영향이 생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팔라터빌리티(기호성)와 변 냄새/량 문제. 식물성 단백은 지방 향과 마이야르 풍미가 부족할 수 있어, 효모 추출물·식물성 오일·발효 향미로 보완한다. 변량 증가는 섬유 과다 혹은 저소화성 원료 비중이 높을 때 흔한 부작용으로, 총 식이섬유(TDF) 6~12%대를 유지하고 고발효성 섬유를 과다 쓰지 않으면 완화된다. 요약하면, 논란의 핵심은 “비건=위험”이 아니라 “설계와 검증이 부족한 비건=위험”이다. 특히 고양이와 성장·번식 스테이지는 더욱 엄격한 안전마진이 필요하다.
3. 선택과 사용 가이드: 라벨, 수치, 모니터링이 답이다
비건 사료를 시도한다면 절차는 간단하지만 엄격해야 한다. 첫째, 라벨 확인. ‘완전·균형식(Complete & Balanced)’ 표기, 생애 단계(성견/성묘 전용인지, 성장·번식 포함인지), 영양 표준(A-A-F-C-O/F-E-D-I-A-F 등) 준거, ‘레시피 설계’가 아닌 급여 시험(Feeding Trial) 수행 여부를 본다. 둘째, 성분·수치. 조단백/조지방뿐 아니라 아미노산 프로파일(메티오닌, 라이신, 트레오닌, 트립토판), 타우린(특히 고양이·대형견), 오메가-6:오메가-3 비율(대략 5~10:1 범위), 칼슘:인 비율(개 1.2~1.4:1, 고양이 1~1.5:1), 마그네슘·나트륨 함량을 확인한다. 소화율 표기(진단적 소화율 80% 이상)나 대사에너지(ME kcal/100g)가 공개된 제품을 우선한다. 셋째, 전환. 7~10일에 걸쳐 10%→25%→50%→75%→100%로 바꾸되, 변의 수분·빈도·냄새, 피부 가려움, 귀 분비물, 가스, 활력 변화를 기록한다. 넷째, 검진·모니터링. 전환 8~12주 후 체중·체지방·근육 점수(BCS/MCS), CBC·혈청화학·소변검사를 체크한다. 고양이는 전혈 타우린, 요비중·pH, 칼슘옥살레이트/스트루바이트 위험 인자를 함께 본다. 심장 민감 품종(도베르만, 그레이트데인 등)이나 과거 심장 이력이 있는 개는 NT-proBNP/심장 초음파 추적을 고려한다. 다섯째, 원료와 공정. 레그룸과 전분 원료의 과비율을 피하고, 단백 다원화(감자단백·완두단백·콩단백·감미지지·효모단백 등)로 아미노산 편차를 상쇄한 제품을 고른다. 추출-압출 공정의 과열로 아미노산이 손상되지 않도록 열 안정 보강(타우린·비타민 과보정)을 명시한 브랜드가 유리하다. 여섯째, 케이스별 주의. 성장·임신·수유기, 중증 신장/간 질환, 요로 결석 고위험 개체, 심근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수의영양 상담 후에만 제한적으로 시도하거나 피한다. 마지막으로 철학과 현실의 균형. 비건 사료를 고르는 이유가 환경·윤리일지라도, 판단 기준은 끝까지 수치와 결과여야 한다. 라벨과 데이터로 시작해, 천천히 전환하고, 수의사와 모니터링으로 확인하라. 비건 사료의 진짜 효능은 개별 동물의 건강 지표가 좋아졌는가로 증명되고, 논란은 설계·검증·사용법으로 줄어든다. 철학은 동기가 되고, 영양학은 안전을 만든다. 이 둘이 만날 때, 비건 사료는 선택지가 아니라 하나의 검증된 솔루션이 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모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반려동물 행복 호르몬 옥시토신 (0) | 2025.11.22 |
|---|---|
| 반려동물과 제로웨이스트 실천법 (0) | 2025.11.21 |
| 친환경 펫 브랜드 10선 (0) | 2025.11.19 |
| 노령반려 복지센터 한국에게도 필요한 이유 (0) | 2025.11.19 |
| ‘반려동물 1인가구 시대’의 라이프스타일 (0) | 2025.11.19 |